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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 패션을 넘어 철학이 된 브랜드 이야기

by Studio24 2025. 10. 4.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꼼데가르송. 눈 달린 하트 로고로 유명한 이 브랜드는 단순한 옷을 넘어 하나의 문화, 하나의 철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엔드 패션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죠. 오늘은 꼼데가르송의 브랜드 스토리를 통해 이 브랜드가 왜 그렇게 특별한지, 그리고 어떤 철학을 담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소년처럼, Comme des Garçons의 시작

꼼데가르송은 1969년 일본 도쿄에서 디자이너 레이 가와쿠보(Rei Kawakubo)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브랜드 이름은 프랑스어로 ‘소년들처럼(Comme des Garçons)’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이 이름은 단순한 언어적 표현을 넘어서,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자유로운 스타일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레이 가와쿠보는 패션을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오히려 패션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 기존의 틀을 깨는 방식으로 접근했죠. 그래서 꼼데가르송의 초기 컬렉션은 유럽 패션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1981년 파리 컬렉션 데뷔 당시, 검정색 옷과 찢어진 천, 비대칭 실루엣을 선보이며 ‘히로시마 시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습니다. 이는 당시 유럽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이었고, 패션계의 고정관념을 완전히 뒤흔드는 사건이었죠.

패션을 해체하다: 꼼데가르송의 철학

꼼데가르송의 디자인은 ‘안티 패션(Anti-Fashion)’이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합니다. 기존의 실루엣, 소재, 색채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실험적인 디자인이 특징이에요. 옷의 기능성과 아름다움보다는 그 옷이 던지는 메시지와 철학에 더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일부 컬렉션에서는 옷이 찢어져 있거나, 어깨가 과장되게 부풀려져 있거나, 심지어는 몸의 형태를 완전히 무시한 디자인도 등장합니다. 이런 디자인은 단순히 ‘예쁘다’는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고, 오히려 ‘왜 이런 형태를 선택했을까?’라는 질문을 유도하죠. 꼼데가르송은 패션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들에게 사고의 전환을 요구하는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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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라인과 대중적 인기

꼼데가르송의 여러 라인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PLAY Comme des Garçons’입니다. 이 라인은 눈 달린 하트 로고로 유명하며, 비교적 베이직한 디자인의 티셔츠, 니트, 가디건 등을 선보입니다. 이 하트 로고는 폴란드 출신 아티스트 필립 파고우스키(Filip Pagowski)의 일러스트에서 탄생했으며, 귀엽고 직관적인 이미지 덕분에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특히 컨버스와의 협업으로 출시된 스니커즈는 매년 큰 인기를 끌며, 스트리트 패션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PLAY 라인은 꼼데가르송의 실험적인 철학보다는 좀 더 대중적인 접근을 통해 브랜드의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글로벌 확장과 협업의 힘

꼼데가르송은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도 강력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나이키(Nike), 구찌(Gucci), 슈프림(Supreme),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 등과의 협업은 단순한 제품 출시를 넘어서, 브랜드 간의 철학적 교류로 평가받고 있어요.

또한 자체 셀렉트숍인 ‘도버 스트리트 마켓(Dover Street Market)’을 통해 실험적인 브랜드들과 큐레이션을 진행하며, 뉴욕, 런던, 도쿄 등지에 진출했습니다. 이 공간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패션과 예술, 문화가 융합된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어요.

지속 가능성과 장인 정신

꼼데가르송은 환경을 위한 거창한 캠페인보다는 제품 수명 연장, 로컬 생산, 장인 정신을 통해 진정성 있는 지속 가능성을 추구합니다. 남는 원단을 재활용한 ‘Junya Watanabe Reconstructed’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며, 이는 단순한 친환경을 넘어서 창의적인 재해석으로 이어집니다.

꼼데가르송은 옷이 아니라 사상이다

레이 가와쿠보는 “나는 아름다움을 만들고 싶지 않다. 생각하게 하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이 말은 꼼데가르송의 철학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문장이죠. 꼼데가르송은 단순히 예쁜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패션을 통해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브랜드입니다. 불완전함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 그것이 바로 꼼데가르송의 진짜 매력입니다.